아버지 회사가 참가하는 라스베가스 ASD 박람회에 잠깐 용병으로 투입됐다. 평소 내 업무와는 다른, 사람 냄새와 제조 공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명함을 주고받으며 현장을 돌다 보니 꽤 흥미로웠고, 또한 몇 가지 포인트들이 보여 기록하고자 한다.
1. "쿠팡·다이소 파트너입니다" — 최고의 치트키 (power overwhelming)
구구절절 우리 기술이 어떻고 설명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한 문장이 있었다. 저희는 쿠팡의 제조 파트너사 이며 다이소에 납품 중 입니다. 이 말을 하면, 바이어들의 눈빛이 살짝 변한다. 대한민국에서 깐깐한 물류 공룡과 가성비 유통망을 뚫었다는 건, 이미 품질과 단가, 공급 안정성 면에서 검증이 된 상태라고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다.리드가 쌓이는 속도를 보며, 비즈니스는 누구와 함께했나? 라는 레퍼런스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2. 노트북 한 대 들고 혼자 돌아다니는 젊은 외국인 친구들
예전 같으면 회사 직원이 왔을 텐데, 요즘은 AI를 무기로 무장한 1인 창업가들이 대세라서 그런지 AI로 시장 조사를 끝내고, 패키지 디자인이나 마케팅 문구까지 이미 AI로 다 짜온 사람도 있었다. "내 아이디어를 당신들의 생산 라인에 태우고 싶다"며 시도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이퀄리티가 필요한 뷰티 창업에서도 이제 AI라는 지렛대를 가진 개인들에게 점령당하고 있구나 느껴졌다.
3. 남미 시장 — 숫자로 증명되는 폭발력 (4년간 4배 성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남미 수출액은 2020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브라질이 남미 전체 K-Beauty 수입의 45%를 차지하며 테마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고, 칠레와 멕시코가 그 뒤를 맹렬히 쫓고 있다. 실제로 마주친 남미 바이어들이 상당히 많았고, 리드 수집된 리스트를 보면 베이스가 남미가 많다. 남미의 한류는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거대 매크로라는게 체감된다.
갈 길이 멀고 배울 것이 투성이라는 사실에 한 숨이 나오지만, 오늘 본 이 현장의 열기를 잊지 않고 내 자리에서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해 보려 한다. 짧은 외출이었지만, 덕분에 시야가 조금은 더 겸허해진 기분이다. 그나저나 빨리 한국 가서 국밥 한 그릇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