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 다시 입대한 느낌.
조인 전, 아는 헤지펀드룸 퀀트 팀장님이 "메리츠는 각오하고, 정신 차리고, 죽었다 생각하고 가라"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인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와 일해 보니 그 말이 왜 나왔는지 매일 체감하고 있다.
1. 장외파생, 그리고 CFD라는 상품
CFD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와 청산가의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 기반 레버리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대차(증권 차입·상환) 수급을 실시간으로 맞춰 헤지 포지션을 받쳐 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진콜·강제청산·일일정산 프로세스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간다. 또한 CFD 부서는 트레이딩 룸과 물리적으로 격리되어 있다(정보 차단벽, Chinese Wall). 어쩐지 우리 팀 사무실 구조가 폐쇄적이다 했다.
2. 트레이딩과 백오피스를 한 팀이 함께 본다는 구조
이 팀은 트레이딩 헤지와 미들/백오피스 프로세스를 한 호흡으로 끌고 가는 구조다. 프론트의 의사결정이 백엔드 처리·리스크 한도·결제까지 한 사이클로 묶여 흘러가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단순히 "이 종목을 헤지한다"가 아니라 그 헤지가 시스템 어디를 거쳐 어떤 장부에 찍히는지를 같이 봐야 진짜 리스크가 보인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아직 직접 그 사이클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 본 단계는 아니지만, 팀이 왜 이렇게 짜여 있는지를 점점 더 이해해 가는 중이다.
3. 개인 주식계좌가 막힌다는 것
장외파생 부서 특성상, 입사와 동시에 개인 주식계좌가 사실상 막혔다. 보유 종목 매도만 가능하고, 신규 매입은 불가능하다. 처음엔 "아.. 아쉽네" 했는데, 자금 흐름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에 감사하자고 마음을 고쳐먹는 중이다.
4. 확장할 수 있는 포인트?
지금 업무를 시스템 트레이딩 관점으로 풀어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확장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첫째, 실시간 헤지 비율 산출과 자동 리밸런싱 — 사람이 들고 있던 룰을 알고리즘으로 옮기는 영역. 둘째, 마진콜·강제청산 룰을 백테스트 가능한 형태로 모듈화해 사전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 셋째, 일일정산·리스크 한도 데이터를 한 파이프라인에 모아 이상 징후 탐지(anomaly detection)를 붙이는 작업. 이 방향으로 확장해 보고 싶다.

